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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성평등위원회18

이달의 성평등 영화 2월 <퀸의 뜨개질> 조한나 (2023) 조한나 내 이름을 처음 말하게 되는 사람들에게 종종 듣는 이야기가 있다. “이름만 듣고 남성인줄 알았는데 여성이네요!” 그럴때면 나는 “그런 이야기 많이 듣습니다” 라고 답변하지만 이런 일들을 반복할수록 돌아오는 씁쓸함은 늘 나의 몫이다. 이름만 가지고 남성성과 여성성을 구분하게 되는 사회 속에 살면서 언제쯤 이런 질문이 없어질까? 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 것은 아직은 먼 이야기 같다. 영화 은 이런 나의 에피소드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10살 때부터 할머니로부터 배웠던 뜨개질은 감독이 잘하는 것이다. 뜨개질을 잘하는 감독은 주변인들에게 알고 보니 되게 여성스럽다는 말을 듣곤 한다. 영화는 감독이 드랙킹 분장을 하는 첫 장면부터 뜨개질을 가르쳐 줬던 자신의 할머니 춘자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 2024. 2. 13.
이달의 성평등 영화 1월 <심심> 김승희 (2017) 김승희 올 한 해를 살아갈 채비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이런 것, 마음의 닻 같은 것. 겁도 걱정도 많은 내가 몸을 움직여 이쪽에서 저쪽으로 이동하고, 성실히 듣고, 목소리 내며, 듬직한 어깨동무 같은 것을 하기 위해. 묵직하게 버텨줄 마음의 닻이 필요하다. 다음과 같은 것이 내가 해를 거듭하며 터득한 준비물이다. 외우다시피 하는 문장, 부적처럼 들고 다닐 일기장, 손 뻗으면 닿을 곳에 있는 커피, 신뢰하는 사람의 책장, 생활과 기록을 공유할 수단, 좋은 일 있을 때 떠올릴 얼굴. 살아갈 채비를 한다는 것은 다부진 마음을 갖추는 일이다. 올해의 준비물을 구비하며, 김승희 감독의 (2017)을 여러 번 본다. 볼 때마다 우는데, 거듭 울며 씩씩해지는 것만 같다. 다부진 마음으로 부디 용기 내어 .. 2024. 1. 4.
이달의 성평등 영화 12월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 이나연 (2018) 이나연 하루 종일 아래 집에서 올라오는 젓갈 냄새, 고춧가루 냄새가 코를 찌른다. 어느 새 김장철인가보다. 나(필자)의 엄마는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의 겉절이를 무칠 뿐, 집에서 김장을 담근 적이 없기 때문에 나에게 김장의 경험은 6살 때 유치원에서의 김장 수업이 유일하다. 언제쯤 김장을 준비하는지도 잘 몰랐다. 그럼에도 나는 김치 없이는 밥을 먹을 수 없는 김치 마니아다. 나이가 들면서 엄마도 이제 세상에 없게 되고, 김치를 너무 먹고 싶어서 혼자서 인터넷 레시피를 뒤져서 내가 먹을 만큼만 김치를 처음으로 담가봤다. 드디어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찬바람이 불고 아랫집 김장 담그는 냄새를 맡고 있자니, 2018년에 제작된 이나연 감독의 단편 가 생각난다. 곧 철거될 예정인 낡은 한옥형 주택의 .. 2023. 12. 8.
이달의 성평등 영화 11월 <퀴어 마이 프렌즈> 서아현 (2022) 서아현 이성애자 여성이자 기독교인인 감독 아현은 친구 강원의 커밍아웃 이후 그의 삶을 기록하며 한국에서 동성애자 남성으로 살아가는 강원이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고 세상과 부딪히는 모습을 따라간다. 강원은 자신이 소속될 수 있는 공동체를 찾아 직업과 국적을 바꾸고 한국과 미국을 여러 차례 횡단한다. 아현은 그의 여정에 카메라를 들고 동행한다. 는 타인의 다름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질문하며 출발하지만 그 과정이 얼마나 험난하고 지난한지를 반복적으로 드러낸다. 아현은 ‘내가 지옥까지 같이 가줄게'라고 말하면서도 흔들리는 강원 옆에서 자신이 처해 있는 삶의 조건으로 인해 함께 흔들린다. 두 사람은 감정적으로 부딪히기도 하지만 울고 웃으며 함께 진동하며 나아간다. 그리고 개별 존재로서 우정이라는 단단.. 2023. 11. 1.
이달의 성평등 영화 10월 <명: 우린 같지만 달라> 김규림, 김민교, 박혜진 (2020) 김규림, 김민교, 박혜진 - 대안과 보편 사이에서 성평등을 말하기 2020년 겨울, 공공 영역에서 청소년 성소수자 미디어교육(문화예술교육)의 가능성에 대해 연구한 적이 있다. 어떻게 해야 청소년 성소수자가 교육 환경 안에서 안전하고도 동시에 자유로운 미디어 표현과 매개를 할 수 있을까 나름대로 치열하게 고민했던 것 같다. 피드백은 어떠했나. 방향에 동의하지만, 그것이 정말 빠른 시일에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날카로운 질문을 받았다. 자신있고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2023년 가을, 나는 더 나이를 먹었다. 근묵자흑이라고, 어쩌다 공공 종사자의 보편적인 감정에 공감하게 된 것인지, 나는 조금 더 안전지향적이고 보수적인 사람이 되고 말았다. 솔직하게 말해 백래시에 지친 부분도 있고 말이.. 2023. 10. 4.
독립영화 활동가를 위한 '평등문화 약속문' 제작 가이드북 안녕하세요. 한국독립영화협회 성평등위원회입니다. 한국독립영화협회 성평등위원회는 짧지 않은 시간 독립영화 산업 안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문제를 제도적이고 문화적인 차원에서 해결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가 외면하거나 침묵하였던 성폭력 문제를 낮은 자세로 성찰하고 어떻게 해야 과거보다 안전한 미래 환경을 구축할 수 있을지 고민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실천을 돌이켜 보았을 때 우리는 여전히 여러 가지 부분에서 반성해야 했습니다. 하나는 우리의 실천이, 우리가 깊게 혹은 얕게 관여하고 있는 어떤 영역의 경계 바깥을 향해, 문화적으로 확산되도록 노력하는 데에 다소 소극적이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다양한 지역에서 성평등한 영상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독립영화 활동가와 긴밀하.. 2023. 9. 11.